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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Witz 칼럼

맨유 QPR : 다이아몬드 4-4-2와 후안 마타!

- 2014년 9월 15일(월) 0시 EPL 4라운드

 

- 맨체스터 유나이티 VS 퀸즈 파크 레인저스

 

- 루이스 반 할의 다이아몬드 4-4-2

 

- 후안 마타의 역할 변화

 

2014년 9월 15일 맨유와 QPR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는 세간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 돈을 쓰고 디 마리아, 안데르 헤레라, 블린트 등을 데려온 맨유는 단 1승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4부 리그 팀인 MK돈스에게 0:4 패배를 당하며 팀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은 AS모나코에서 특급 스트라이커 라다멜 팔카오를 공수해왔다. 팬들은 변화된 팀을 원했고 반 할은 차근차근 팀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맨유는 부상자들이 너무 많았다. 헤레라, 펠라이니, 존스, 쇼, 하파엘 등이 떠난 상황에서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드디어 부상자들이 복귀하기 시작했고, 반 할은 이제껏 고수하던 3-5-2를 버린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라다멜 팔카오의 올드 트래포트 데뷔...축구팬들이 기대할만한 월요일 밤이었다.

 

선수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다. 

 

루이스 반 할은 다이아몬드 4-4-2를 꺼내들었다. 포백 앞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블린트를 배치했고, 중앙 미드필더의 좌측에 디 마리아, 우측에 헤레라, 공미에 마타를 두었다. 두 명의 공격수는 맨유가 자랑하는 루니와 반 페르시가 맡았다. 기대를 모았던 팔카오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번 경기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는 후안 마타의 역할이다. 지난 시즌 665억의 이적료로 합류한 마타는 자신이 원치않은 포지션에서 뛰어왔다. 전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는 루니, 마타, 반 페르시의 합리적인 공존을 찾지 못했으며, 결국 마타를 측면에 밀어 넣었다. 이 포지션은 그가 최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보좌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루이스 반 할은 후안 마타가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배려했다. 루니와 반 페르시의 바로 뒤이다. 그러나 문제는 3-5-2 시스템에서 공미는 필연적으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을 운반하고, 압박을 통해 중원 수 싸움에 참가해야한다. 두 명의 미드필더만으론 볼 배급과 수비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활동량과 수비 기여는 후안 마타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것은 첼시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 후안 마타를 맨유에 넘기고 오스카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이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은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첫째, 포백 전환을 통해 세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것이다, 둘째, 최전방 공격수의 수비 포지션을 변경하여 후안 마타의 수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미드필더에 달레이 블린트, 안드레 헤레라, 앙헬 디 마리아를 배치함으로 마타가 받는 부담은 크게 줄었다. 일단 안정적으로 포백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으며, 동시에 공격의 시작점이 된다.

 

▲ 이번 경기에서 블린트를 쉽게 놓아준 것은 헤리 레드납의 패착 요인 중 하나이다.

 

볼 운반을 담당하는 역할은 디 마리아와 헤레라가 나누어 담당한다. 두 선수는 탈압박과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바로 전 시즌만하더라도 맨유에 탈압박이 가능한 미드필더가 있으 것이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캐릭, 클레버리, 펠라이니 등은 탈압박과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따라서 상대가 압박하면 (그것이 공을 잡은 선수, 혹은 패스 길목이든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 마리아와 헤레라는 다르다. 이 말은  후안 마타가 중원으로 내려와서 공을 운반해야할 부담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후안 마타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선택 

 

QPR의 공격할 때 맨유는 재미있는 수비 진영을 보여주었다. 디 마리아의  중원과 측면 수비를 오가는 유기적인 움직임과 루니와  반 페르시의 위치이다.

 

▲ 마치 최전방 공격수처럼 보인다.

 

두 선수는 수비시 측면에 위치했다. 후안 마타는 마치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같은 포지션에서 수비에 기여했다. 루이스 반 할은 왜 이런 배치를 생각했을까? 

 

첫째, 마타의 측면 수비에대한  부담을 줄인다. 상대적으로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측면 수비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것이다. 동시에 편하게 활동하는 중앙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것은 앞에서 계속 말했으니 넘어간다.

 

둘째, QPR의 전력과 전술을 읽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4-4-2의 치명적인 약점은 측면 수비에 있다. 측면 수비에 참여하는 선수가 부족하기때문에 중앙 미드필더가 넓은 공간을 커버해야한다. 그리고 공격진에서 한 명의 선수가 수비에 참여해야 한다. 수비 상황에서 최소한 상대와 대등한 숫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이아몬드 4-4-2를 잘 쓰는 팀이 있다. 바로 브랜단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다. 전 시즌 리버풀은 이 전술로 공격력을 극대화했으며 리그 2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리버풀 역시 수비 상황에서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 측면 수비에 참여했다. 전 시즌은 루이스 수아레즈였다. 이번 시즌은 마리오 발로텔리이다.

 

그런데 루이스 반 할은 최전방에 세 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다이아몬드 4-4-2의 수비 방법이 아니다. 이렇게 배치한 이유는 원정을 온 QPR이 수비적인 전술로 나오리라 예상했기에 가능하다. 공격적 전술은 미드필더의 구성과 참여, 수비라인의 간격 등 여러가지 요소가 결정하지만, 풀백의 공격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수비적인 전술에서 풀백은 주로 자기 진영을 지킨다. 따라서 루니와 반 페르시가 적극적으로 풀백을 마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헤리 레드납은 아쉬운 상황이었다. 전반 23분 디 마리아의 프리킥 골이 터지고 분명히 공격으로 전환하고 싶었을 터이다. 하지만 선택지는 좁았다. QPR이 내세운 왼쪽 풀백 클린트 힐은 35세의 노장이다. 오른쪽 풀백 마우리시오 이슬라는 디 마리아에게 신나게 털리는 상황이었다. 경기 내내 디 마리아는 중앙과 측면에서 이슬라를 괴롭혔다.

 

동시에 페르, 산드로, 크란차르로 구성한 중원이 맨유의 중원에 무력했던 점도 한몫한다. QPR은 지역방어로 게임을 시작했으나 세부적인 수비 전술이 맨유의 변칙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 중 맨유는 4-1-2-1-2와 4-4-2를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꾀했다. 동시에 선수의 위치 이동도 잦았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승부는 감독의 역량과 선수의 차이가 갈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QPR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다

 

 

후안 마타는 만족할만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다. 58분 디 마리아의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했다. 42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41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98%의 패스 성공률이다. 단지 아쉬운 점은 키패스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마타의 공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타는 67분 팔카오와 교체되었다. 후에 이루어진 루니의 공미 기용은 새로운 전술 변화를 암시했다. 다양한 전술 변화는 축구를 볼 때 중요한 흥미 요소이다. 역시 루이스 반 할 감독은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다음 레스터 시티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 사진 출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홈, SBS 화면 캡쳐, 자료는 포포투 스텟존